외국인 직접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점은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이 여러모로 개선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규제와 세제를 포함한 여러 가지 여건이 경쟁국보다 유리한 조건이라면 투자는 어느 때든지 국경을 넘나들고 있다. 삼성, LG, 현대, SK 등 국내 기업들도 한때 중국에 몰려갔지만 지금은 미국, 베트남 등으로 분산하고 있다.

좀더 투자 환경이 좋은 곳으로 가야 제품의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 만난 다국적 기업 대표는 한국은 고임금과 일부 규제에도 중국과 러시아 등에서 생산하는 제품에 비해 투자 매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여 중국 기업들도 한국에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에 따른 상호 제재가 반사적으로 우리에게 투자 환경 수혜 지역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절까지 동행한 주한 외국 상의와 외국인 투자 기업 관계자들은 투자에 대한 세제·재정지원 등 인센티브 확대와 전력 등 인프라 확충, 인증·검사제도 합리화 등을 건의했다고 한다. 더 투자할 수 있도록 개선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여건이 부합하면 언제든 성사될 수 있다는 점이 투자의 속성이자 본질이다. 세계 최고이자 유일한 반도체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네덜란드 ASML사가 투자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본사를 해외로 이전하겠다고 하자 네덜란드 정부가 깜짝 놀라 기업 측의 애로사항을 해결했다.

ASML 장비 없이는 삼성을 포함한 모든 반도체 회사가 회로선폭 5nm(나노미터) 이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회사가 네덜란드를 떠난다고 하니 정부가 뒤늦게 대응한 것이다. 떠나려 했던 이유는 지난해 11월 총선에서 1당이 된 극우 자유당이 외국인 노동자의 세제 혜택을 없애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였다. 이 회사는 본사 임직원의 40%가 외국인인데 이들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애면 해외 고급 인재 유치가 어려워 본사를 옮기겠다고 밝힌 것이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주 총 25억유로(한화 약 3조6000억원)를 긴급 투입해 ASML 본사가 있는 남부 에인트호번 지역의 전력·주택·인력 등 인프라를 확충하겠다고 밝혀 발등의 불을 껐다.  

세제 혜택과 대출 주선 및 보조금까지 지원하면서 기업을 유치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는 시대다. 그중 고용 창출을 통한 세금 환수가 확실한 유인이다. 외국인 투자로 제조업부터 알리익스프레스나 테무까지 직접 고용효과와 수출 비중도 더욱 강화되고 있다. 경쟁국에 비해 우리가 더 유리한 조건을 내걸 수 있는 게 무엇인지 먼저 분석해서 개선하려는 의지가 투자설명회보다도 더 우선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