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부자 감세는 윤석열 정부 공약이기도 했다. 문제는 감세 공약이 국민 대다수가 아닌 특정 고소득층에 해당한다는 점이다. 서민들은 정부 보조금을 받을 만큼 감세 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였지만, 부자들은 오히려 감세로 인해 부가 더 축적되고 있다는 데 있다. 개인 국세 감면액 중 고소득자 혜택 비중은 지난 2022년 31.7%에서 지난해 34%, 올해 33.4%로 높아지는 추세다.

 올해 예상된 기업 감면액 중 대기업 비중 21.6%)는 지난 2016년 24.7% 이후 8년 만에 최고치라고 한다. 이러니 지난해 56조4000억원의 세수가 줄어 국회에서 지출을 결의한 지출 예산 중 45조7000억원이나 집행 하지 못했다. 사상 최대 규모 세부 부족 사태는 올해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오히려 더 확대될 것으로 우려된다. 

 윤석열 정부의 감세 고집은 꺽이지 않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완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확대 등을 살펴보면, 돈 있는 사람에게 혜택을 주자는 '노골적 감세안'이다.

 사실 돈이 있어야 투자도 하고 세금도 낸다. 소득이 발생하면 당연히 세금을 내야는 게 맞지만, 그렇다고 금융 정책의 수혜자가 특정 부류에 치중된다면, 국가 재정수지의 적자 폭만 확대시킬 뿐이다. 

 정부가 내년 예산 집행의 기준을 각 부처에게 제시한 것을 보면 올해와 크게 수정 변경이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내년 예산 중 법률 등에 얽매이지 않고 임의로 줄일 수 있는 예산인 '재량 지출'을 10% 이상 줄여 혁신적이고 도전적인 연구개발(R&D) 투자 확대 등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올해의 경우처럼 재량 지출 피해는 결국 과학계가 직격탄을 맞았다. 

 정부의 재량 지출 규모는 300조원 안팎에서 늘리거나 줄어드는 추세다. 선거 공약에 따라 사회간접자본 등에 우선 배정하는 사안에 따라 증감한다. 윤 대통령이 24회에 걸친 민생 토론회를 보면 대부분 고속도로, 철도 등 다방면에 이른다. 그런 약속을 지키려면 수백 조 원의 세수가 필요하다. 세수는 거꾸로 가는데 지켜야 할 공약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오는 5월이면 취임 3년 차에 접어드는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애초 공약에 빈틈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본인이 내세운 공약도 지키지 못하면서 재정 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빈 공약을 남발해서는 안 된다. 공약 남발은 실정의 꼬투리만 노출시킬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