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당선자 신분인 2022년 3월14일 "과거 사정기관을 장악한 민정수석실은 합법을 가장해 정적, 정치적 반대 세력을 통제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했다"며 대통령실 직제에서 민정수석실 폐지했다. 그런데 어제 민정수석실을 부활시키며 전 법무차관인 김주현 씨를 민정수석으로 임명했다. 윤 대통령은 김 수석 인선을 직접 발표하면서 "민심 청취 기능이 너무 취약해 대통령에게 민심 전달이 잘 안된다고 해서 고심 끝에 복원하게 됐다"고 했다. 김 수석도 "정책 현장에서 국민의 불편함이나 문제점을 국정에 잘 반영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민정수석실 폐지와 부활의 변도 그렇고, 김 수석의 다짐도 앞뒤가 안 맞아 보인다. 그러니 보수와 진보 매체들도 한목소리로 민정수석실 부활이 사정기관 장악 의도가 아닌지 의문을 던졌다.

김 신임 민정수석은 과거 법무부 검찰국장, 박근혜 정부 법무부 차관 등을 거치는 동안 법대가 아닌 주요 사건 수사 개입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는 지적이다. 김 수석이 지난 2013년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 수사 당시 외압 행사 의혹과 다음 해인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건 수사 개입 의혹 등 법무·검찰 고위 간부 시절 각종 수사에 개입했던 전력에 비춰 윤 대통령이 그토록 바라는 민심을 제대로 전달할 지에 대한 의문이다.

현 이원석 검찰총장보다 사시 9기 선배이고 현 대통령실 검사 출신 비서관보다 대선배인 점을 고려하면 민심보다 사정기관 통제와 장악이 목적이라고 모든 매체는 일제히 모처럼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시했다.

민심은 대통령 주변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라는 것인데 현 제도에도 있는 특별감찰관은 공석인데도 윤 대통령이 스스로 폐해를 지적하며 폐지했던 민정수석을 부활시켰다. 특별감찰관 제도는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이상 공무원들의 비위를 감시하고 예방하기 위해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도입됐다. 초대 특별감찰관이 1년 5개월 만에 사직한 뒤 지금까지 공석 상태가 계속되고 있다.

국회가 3명의 후보자를 추천하면 대통령이 1인을 지명해 인사청문회를 거쳐 임명하면 된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끝내 특별감찰관을 임명하지 않았다.

현 정부처럼 집권 2년 차를 거치면서 주변에 비선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활개 치는 적을 본 적이 없다. 자칭 비선이라는 인물들이 영수 회담 관련 내용과 국무총리 인사 등을 언론에 흘리며 몸값을 과시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여사 의혹을 안고 출범했다. 더욱이 취임 후 명품백 수수 의혹까지 더해졌다. 그런 거 감찰하라고 특별감찰관 제도를 뒀다. 대통령과 여사와의 친분 관계로 속여 말해서 민심을 호도하는 인사들이다. 주변 감찰은 두려워하면서 민심을 알아보겠다니 앞뒤가 맞지 않는다. 윗물이 맑으면 아랫물은 당연히 맑을 수밖에 없다. 들리는 바에는 대통령은 자기 말만 한다는 소리도 들린다. 그런 대통령에게 민심의 목소리가 들릴지 의문이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해야 한다는 대인춘풍 지기추상(待人春風 持己秋霜)이란 말을 실천하는 모습을 먼저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으니 민정수석실 부활을 눈 가리고 아웅 한다는 시각이 많은 것이다.